재개발 구역의 빌라나 단독주택을 가진 분들이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자주 묻는 질문이 있습니다. “그래서 제 집은 새 아파트로 바뀔 때 얼마짜리로 쳐주나요?” 그리고 “추가로 얼마를 더 내야 하나요?”입니다.
이 두 질문의 답이 바로 권리가액과 분담금입니다. 그런데 이 둘은 조합 공고문이나 유튜브 설명만으로는 좀처럼 손에 잡히지 않습니다. 비례율, 종전자산, 종후자산 같이 알쏭달쏭한 용어가 한꺼번에 쏟아지기 때문입니다. 감정평가 실무에서 이 숫자들을 직접 다뤄온 입장에서, 흐름을 순서대로 풀어 보겠습니다. 한 번만 구조를 잡아두면 전국 어느 재개발, 재건축이든 똑같이 적용됩니다.
먼저, 네 가지 용어부터 짚고가시죠.
모든 계산은 결국 이 네 가지에서 출발합니다.
- 종전자산: 재개발, 재건축 등 정비사업 시작 전, 그 구역이 원래 가지고 있던 토지와 건물의 값입니다. 쉽게 말해 구역 안 ‘헌 집’들의 감정평가액을 모두 더한 값이죠. 조합원 한 사람 한 사람의 헌 집 값을 합친 것이라고 보면 됩니다. 여기서 꼭 한가지 짚고가야 할 게 있는데, 종전자산 감정평가의 진짜 목적은 ‘내 집이 시장에서 정확히 얼마인가’를 매기는 데 있지 않습니다. 조합원 모두의 헌 집을 공정한 잣대로 평가하여 나중에 새 아파트와 분담금을 공정하게 나눌 기준을 만드는 데 있습니다. 그래서 절대 금액보다 조합원들 사이의 상대적 균형(형평성)이 더 중요합니다.
- 종후자산: 재개발, 재건축 등 정비사업 종료 후, 새로 지은 아파트와 상가를 분양해서 들어오는 총수입입니다. 결국 같은 구역을 두고 ‘헌 집일 때의 총값(종전자산)’과 ‘새 집이 됐을 때의 총값(종후자산)’을 나란히 비교하는 셈입니다.
- 총사업비: 공사비, 금융비용, 각종 부대비용 등 사업에 들어가는 모든 지출입니다. 이 부분에도 할 얘기가 많은데 일단 이정도만 하고 넘어가죠.
- 비례율: 위 셋을 묶어 쉽게말해 ‘이 사업이 얼마나 남는 장사인가’를 한 숫자로 보여주는 비율입니다.
비례율: 사업성을 한 줄로 보여주는 숫자
비례율은 다음과 같이 구합니다.
비례율 = (종후자산 총수입 − 총사업비) ÷ 종전자산 총액 × 100
분자는 ‘새 집을 팔아 번 돈에서 사업비를 뺀 순수익’이고, 분모는 ‘조합원 전체의 헌 집 값 합계’입니다. 즉 헌 집들의 가치 대비 사업으로 얼마의 부가가치가 생겼는지를 보는 것입니다.
- 비례율이 100%보다 높으면 사업성이 좋다는 뜻이고,
- 100%보다 낮으면 그만큼 사업 여건이 빠듯하다는 신호입니다.
다만, 비례율이 100%를 넘는다고 해서 무조건 남는 사업장이 아니며, 또한 비례율이 100%가 안된다고 해도 사업성이 나쁘다는 사업장은 아닙니다. 비례율의 함정에 대한 구체적인 이야기는 다음에 하도록 하죠.
권리가액: 권리가액은 말 그대로, 내 자산이 이 사업 안에서 ‘권리로 인정받는 금액’입니다. 헌 집을 사업에 내놓은 대가로, 새 아파트를 받을 때 “이만큼은 내가 이미 가진 몫”으로 쳐주는 금액이죠.
비례율을 구했다면, 이제 그 비율을 내 종전자산에 곱합니다.
권리가액 = 내 종전자산 감정평가액 × 비례율
여기서 핵심은, 감정평가로 매겨진 내 ‘헌 집’ 값이 그대로 권리가액이 되는 게 아니라는 점입니다. 그 값에 사업 전체의 수익성(비례율)을 한 번 반영한 뒤의 금액이 비로소 내 권리가액입니다. 그래서 같은 평가액이라도 비례율이 110%인 구역에서는 권리가액이 더 커지고, 95%인 구역에서는 더 작아집니다.
쉽게 비유하면, 권리가액은 새 아파트를 살 때 쓸 수 있는 ‘내 적립금’에 가깝습니다. 조합원분양가에서 이 적립금만큼을 먼저 빼주고, 모자라는 부분만 분담금으로 더 내는 구조죠.
분담금: 결국 내가 더 내야 할 돈
마지막입니다. 내가 새로 받을 아파트의 조합원 분양가에서 내 권리가액을 빼면, 그 차액이 분담금입니다.
분담금 = 조합원 분양가 − 내 권리가액
권리가액이 분양가보다 크면 오히려 돌려받기도 하지만(이를 청산금(흔히 말하는 환급금)이라고 합니다.), 대부분은 추가로 부담하는 쪽입니다. 그래서 흔히 ‘추가분담금’이라 부릅니다.

숫자로 한 번에 보기
말로만 들으면 여전히 막연하니, 간단한 가상의 예시로 끝까지 따라가 보겠습니다.
- 내 종전자산(빌라) 감정평가액: 3억 원
- 조합 전체 종전자산 총액: 1,000억 원
- 종후자산 총수입(총분양수입): 1,800억 원
- 총사업비: 700억 원
먼저 비례율을 구하면, (1,800억 − 700억) ÷ 1,000억 = 110%
내 권리가액은, 3억 원 × 110% = 3억 3,000만 원
여기서 내가 전용 84㎡를 배정받고 그 조합원 분양가가 6억 원이라면, 분담금은 6억 원 − 3억 3,000만 원 = 2억 7,000만 원
즉 헌 집을 3억에 평가받았더라도, 새 아파트를 받기 위해 실제로는 단순계산으로 2억 7,000만 원을 더 준비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여기서 이주비나 기타 금융이자, 세금 등은 빼기로 합시다.)
내 종전자산 가격좀 올려줘요!!
업무를 하다가 가장 많이 듣는 이야기가 내 종전자산 가격을 올려달라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위에서도 말했듯이 종전자산 감정평가의 진짜 목적은 조합원들간의 상대적 균형을 산정하는 것에 있기 때문에, 기준자체를 건드려야 합니다. 따라서 내 종전자산을 올리면 다른 조합원들의 종전자산도 올려야 합니다.
위의 예시를 들어보자면, 내 종전자산 3억원을 10%올려서 3억3000만원이 되었다고 가정할게요. 그렇다면 조합전체 종전자산 총액도 1000억원에서 10%가 오른 1100억원이 됩니다. 여기서 다시 비례율을 구하면
(1800억원 – 700억)÷1100억=100%
내 권리가액은 3억3천만원× 100%=3억3000만원
(조합원분양가)6억원 – (권리가액) 3억 3천만원 = 2억 7000만원
결국 종전자산가액이 올라가는 대신 비례율이 떨어져 결국 최종 분담금은 2억7000만원으로 똑같게 됩니다.
한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그럼 “내 종전자산만 높히면 되지 않느냐” 하는 것입니다. 맞습니다. 내 종전자산만 높히면 내 분담금은 줄어들게 됩니다. 하지만 내 분담금이 줄어든 만큼 다른 조합원들의 분담금이 늘어나게 됩니다. 즉, 고정된 파이에서 내 몫을 키우려는 조합원 사이의 제로섬 싸움입니다. 나눠 가질 전체파이의 크기는 종전자산을 어떻게 평가하든 이미 정해져 있고, 종전자산 평가는 그 파이를 어떻게 공평하게 자르느냐의 문제일 뿐입니다.
종전자산은 감정평가업무에 있어 가장 많은 이야기를 들었던 부분이라, 추후에 자세한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마무리하며
권리가액과 분담금은 결국 ‘내 헌 집의 값(종전자산) → 사업의 수익성(비례율) → 사업 안에서의 내 몫(권리가액) → 내가 더 낼(받을) 돈(분담금)’으로 이어지는 한 줄기 흐름입니다. 이 순서만 기억하면, 어떤 구역의 공고문을 보더라도 숫자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읽어낼 수 있습니다.
다만 종전자산평가는 시점과 방법에 따라, 비례율은 사업비·분양가 추산에 따라 끊임없이 바뀝니다. 그래서 공고된 숫자 하나에 일희일비하기보다, 그 숫자를 만들어 내는 이야기를 함께 보는 눈이 중요합니다. 앞으로 이 블로그에서 광명을 비롯한 실제 구역의 사례로 이 흐름을 하나씩 짚어 보겠습니다.
본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위한 것으로, 개별 사안에 대한 투자·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구체적인 사안은 관할 사업시행자 및 전문가의 확인을 받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