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20억원 아파트를 가진 60세 1세대 1주택자가 있다. 재정경제부가 직접 만든 시뮬레이션 속 인물이다. 이 사람이 그 집에 살면 종부세가 27만6천원에서 10만8천원으로 내려간다. 살지 않으면 152만1천원이 된다. 5.5배. 시가 40억이면 격차는 더 벌어져서, 거주자는 325만원을 내고 비거주자는 1,114만원을 낸다.
8월 3일 발표된 「2026년 세제개편안」의 설계 사상이 이 표 한 장에 들어 있다. 세금의 기준을 “몇 채 가졌나”에서 “그 집에 사는가”로 옮기겠다는 것. 나는 발표 자료를 세 번 읽었는데, 세 번째쯤 되니 정부가 어디를 때리려는지보다 유탄이 어디로 튈지가 먼저 보였다. 직업병이다.
발표 사흘이 지났고, 시장의 첫 반응은 정부가 겨냥한 매매시장이 아니라 전월세시장에서 나오고 있다. 그 경로를 따라가 본다. 참고로 이 개편안은 아직 국회를 통과하지 않은 정부안이다. 정기국회에서 얼마든지 바뀔 수 있고, 실제로 바뀔 가능성이 큰 대목도 뒤에 나온다.
무엇이 바뀌나
종합부동산세 — 주택 수 기준을 버리고 합산 가액 기준으로 간다. 2028년에 완전히 일원화된다.
| 항목 | 현행 | 개편안 |
|---|---|---|
| 과세 기준 | 주택 수 | 합산 주택가액 (2028년 일원화) |
| 기본공제 — 거주 1주택 | 공시 12억원 | 공시 14억원 (시가 약 20억원) |
| 기본공제 — 비거주 1주택 | 공시 12억원 | 공시 9억원 (다주택자 수준) |
| 세율 | 주택 수별 차등 | 가액 기준, 과표 6~12억 구간 +0.3%p |
| 공정시장가액비율 | 60% | 70%로, 3주택 이상·조정지역은 2028년 80% |
| 세액공제 | 보유·거주 병행 | 2028년부터 거주기간 공제만(한도 600만원) |
양도소득세 — 장기보유특별공제라는 이름이 사라지고 ‘장기거주 소득공제’가 된다.
| 시기 | 보유 공제 | 거주 공제 | 한도 |
|---|---|---|---|
| 현행 | 연 4%, 최대 40% | 연 4%, 최대 40% | 없음 |
| 2028년 | 연 2%, 최대 20% | 연 6%, 최대 60% | 20억원 |
| 2029년~ | 폐지 | 연 8%, 10년 최대 80% | 10억원 |
30년을 보유해도 살지 않았으면 공제를 쌓을 수 없게 된다. 취학·근무·질병·부모봉양 같은 사정은 최대 3년까지 거주로 인정하고, 재개발·재건축 기간은 절반만 쳐준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에는 퇴로를 냈다. 올해 5월 부활한 중과(2주택 +20%p, 3주택 이상 +30%p)를 2027년엔 +5%p/+10%p로, 2028년엔 +10%p/+15%p로 낮췄다가 2029년에 원상 복원한다. 해가 갈수록 세율이 도로 올라가는 에스컬레이터 구조라, 팔 거면 빨리 팔라는 재촉이 세율표에 그대로 적혀 있다. 원문은 재정경제부 보도자료와 KDI 경제정책자료에 있다.
마포 집주인의 계산기
숫자를 사람으로 바꿔 보자. 마포에 시가 20억짜리 아파트를 가진 사람이 있다. 본인은 직장 때문에 판교에서 전세를 살고, 마포 집은 전세를 줬다. 서울에서 아주 흔한 구성이고, 법적으로는 멀쩡한 1세대 1주택자다.
이 사람의 종부세가 위 시뮬레이션의 152만원이 된다. 액수만 보면 버틸 만하다고 느낄 수 있다. 진짜 문제는 팔 때다. 그는 2년 거주 요건을 못 채웠으니 지금도 1주택 비과세를 못 받는데, 이제까지는 보유 기간으로 쌓은 공제라도 있었다. 2029년부터는 그마저 없다. 거주 이력 없이는 최대 80%짜리 공제에 접근할 방법 자체가 사라진다. 양도차익이 수억대라면 세금 차이는 보유세 몇 년치가 아니라 목돈 단위로 벌어진다.
그러니 이 사람은 계산기를 두드리게 된다. 세입자 계약이 끝나면 들어가 살든가, 중과 완화 구간인 2028년 안에 팔든가, 아니면 보유세 부담을 얹어 월세로 돌리든가. 세금이 움직이면 사람이 움직인다는 건 이 바닥에서는 이론이 아니다. 양도세가 조였다 풀릴 때마다 사무실로 들어오는 평가 의뢰 목록부터 달라진다. 세금은 결국 행동에 붙는 가격표다.
문제는 세 갈래 길이 전부 같은 곳을 지난다는 점이다. 들어가 살면 전세 한 채가 사라진다. 팔면 매수자가 실거주해야 하니(서울 전역이 토지거래허가구역이다) 역시 전세가 사라진다. 월세로 돌리면 전세가 월세로 바뀐다. 어느 길로 가든 전세 매물이 줄어든다. KB국민은행 김효선 수석전문위원도 상급지일수록 매도보다 입주를 택할 거라고 봤다고 한다.
시장은 벌써 움직이고 있다
아실 집계로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2만937건, 1월보다 9.3% 줄었다(8월 6일 기준). 한국부동산원 통계로 서울 전셋값은 7월 넷째 주까지 올해 6.27% 올랐는데 작년 같은 기간엔 1.22%였다. 잠실에서는 단지당 50~80건씩 나오던 전월세 매물이 10건 아래로 말랐다는 중개업소 증언이 나오고(뉴시스), 8월 6일 서울시가 연 토론회에서는 “집값 못 잡고 전월세만 올린다”는 성토가 100분을 채웠다.
다만 여기서 과장을 걷어낼 필요가 있다. 올해 전셋값 상승은 연초부터 진행된 일이다. 전세대출 규제가 먼저 있었고 입주 물량 감소가 그 밑에 깔려 있다. 발표 사흘 만의 현장 반응에는 엄살과 진짜가 섞여 있게 마련이고, 그걸 가려내는 데는 시간이 좀 필요하다. 세제개편안은 불을 지른 쪽이라기보다 이미 마른 장작에 얹힌 불쏘시개에 가깝다고 본다. 그래도 불쏘시개는 불쏘시개다.
정부의 그림에는 구멍이 두 개 있다
정부 입장도 들어볼 만하다. 공식 표현으로 이번 개편의 목표는 집값 안정이 아니라 “세제 정상화”다(조만희 재정경제부 세제실장). 살지도 않을 집의 양도차익에 80%를 공제해 주던 나라에서 실수요 보호를 말하는 건 사실 앞뒤가 안 맞았다. 전세 끼고 사두는 갭투자가 1주택 혜택을 다 받는 구조도 정상은 아니었다. 그러니 사는 집과 안 사는 집을 갈라서 과세하겠다는 방향 자체에는 나도 토를 달 생각이 없다.
정부의 시나리오는 이렇다. 비거주·초고가·다주택의 보유 부담을 올리고 2028년까지 양도세 퇴로를 열어주면 매물이 나온다. 매물이 나오면 매매시장이 안정된다. 전월세 쪽 부작용은 공급 확대로 받아낸다.
매물이 정말 나올지부터 미심쩍다. 거주 1주택자의 종부세 증가는 시가 35억쯤부터 시작되는데, 35억이면 51만원, 50억이면 564만원 늘어나는 수준이라고 한다(경향신문 분석). 연 몇백만원이 아까워 집을 던질 계층이 아니다. 양도세 중과가 유예와 부활을 반복해온 역사도 있다. 5월에 부활한 중과가 석 달 만에 도로 완화되는 걸 지켜봤다면, 버티면 또 풀린다는 걸 배우지 않는 게 오히려 이상하다. 매경 취재에는 정부 말을 믿고 중과 전에 1억 싸게 판 집주인이 “내가 바보”라고 한탄하는 사례까지 나온다. 정책이 스스로 가르친 학습효과다.
매물이 나와준다 해도 시차가 남는다. 공급은 빨라야 수년 뒤 입주 물량인데 전월세 충격은 지금 당장이다. 내일(8월 7일) 공급대책이 나온다지만, 대책 발표와 실제 입주 사이의 몇 년은 세입자가 몸으로 버티는 시간이다. 그 사이 정부와 서울시는 준공업지역이냐 그린벨트냐를 놓고 물밑에서 갈라서 있다.
덧붙이면, 이 개편안은 비판을 양쪽에서 받고 있다. 보수 쪽에서는 징벌 과세라고 하는데 진보 쪽 일부는 오히려 덜 걷는다고 한다. 거주 1주택 공제가 14억으로 오르면서 시가 30억 안팎 실거주자는 세금이 되레 줄기 때문이다. 작년 거주 1주택 종부세 납세자 48만명 중 82.7%가 과표 6억 이하였고 마포·용산·성동 주요 단지 상당수가 여기 들어간다고 한다. 그러니까 이건 ‘똘똘한 한 채’를 잡는 세제가 아니다. 똘똘한 한 채에 살고 있으면 상을 주는 세제다. 실거주 상급지 갈아타기라는 가장 강한 수요는 건드리지도 않았다.
세 낀 집을 산 사람들
제일 딱한 경우는 따로 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집을 사면 실거주 의무가 붙는데, 세입자 계약이 남은 집을 산 사람은 만기까지 못 들어간다. 정부도 이걸 알아서 지난 5월 실거주 의무를 유예해 줬다. 그런데 이번 개편안은 이 사람들을 비거주 1주택 예외로 인정하지 않았다(파이낸셜뉴스). 한쪽 부처는 기다렸다 들어가라 하고, 다른 쪽은 안 살고 있으니 다주택자급 세금을 매기는 셈이 됐다.
제도는 평균적인 사례를 상정하고 만들어지는데 고지서는 언제나 개별 사례로 날아온다. 감정평가를 하다 보면 그 틈에서 다치는 사람을 자주 본다. 대개 제도를 설계한 사람은 아니다. 국회 심의에서 이 대목이 손질 1순위로 보이는데, 원안대로 통과되면 억울한 납세자가 무더기로 나온다.
각자의 계산
비거주 1주택자에게 본론은 종부세가 아니라 양도세다. 보유세는 연 백만원대지만 공제 소멸은 매도할 때 목돈으로 온다. 2028년(한도 20억)과 2029년(한도 10억, 보유공제 폐지) 사이에 큰 단차가 있으니, 입주할 수 있으면 거주 이력을 채우는 게 정석이 되고, 못 하면 매도 시점을 세무사와 시뮬레이션해 볼 때다. 다만 국회 통과 전에 원안만 보고 움직이는 건 성급하다. 특히 세 낀 집 매수자 예외처럼 바뀔 확률이 높은 대목이 있다.
세입자라면 갱신 시점에 집주인의 실거주 통보 가능성이 구조적으로 커졌다는 걸 계산에 넣어야 한다. 갱신청구권은 집주인 실거주 앞에서는 힘을 못 쓴다. 만기 6개월 전부터 인근 매물과 월세 전환 시 부담을 미리 재보는 편이 안전하다.
무주택 실수요자의 셈법은 좀 더 꼬여 있다. 전셋값이 계속 오르면 갭이 줄면서 매매가를 밑에서 받치니 기다릴수록 불리해지고, 2028년까지 다주택·초고가 매물이 실제로 나와준다면 기다린 보람이 생긴다. 서로 반대 방향인데 지금은 둘 다 근거가 있다. 가을 이사철에 전세 매물이 더 마르는지, 상급지 매매 매물이 실제로 쌓이는지, 판단은 이 두 숫자를 확인하고 해도 늦지 않다.
발표 자료를 세 번 읽었다고 앞에서 적었다. 다 읽고 남는 결론은 한 줄이다. 집은 사는 곳이라는 원칙은 맞고, 아마 이번에는 세제에 남을 것이다. 다만 공급이 따라붙기 전까지 이 개편안의 청구서는 집주인의 우편함이 아니라 세입자의 월세 통장으로 먼저 배달된다. 내일 나올 공급대책까지 보고, 이 판의 나머지 절반은 따로 정리하겠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 목적이며 세무·투자 자문이 아닙니다. 세제개편안은 국회 심의 과정에서 변경될 수 있고, 개별 세금은 사실관계에 따라 달라지므로 실제 의사결정 전에는 세무 전문가와 상담하시기바랍니다.
참고자료: 재정경제부 2026년 세제개편안 발표(2026.8.3) · KDI 경제정책자료 · 정부 시뮬레이션 보도(아시아경제·뉴데일리 2026.8.3) · 뉴시스(2026.8.3·8.6) · 경향신문(2026.8.3) · 파이낸셜뉴스(2026.8.3·8.6) · 매일경제(2026.8.5)